수야 다단계의 소굴에서 빠져나오다.

때는 군대를 막 졸업한 후 겨울.
여름방학을 이용해 장충동 왕족발(서울 사람들은 이 체인점을 모르더라.... 지방에는 족발집 체인점이다.-_-)에서 배달 알바를 하고 있을때이다.

한때 마먹탐이라는 카페에서 알게된 동갑내기(이후 그녀석)한테서 전화가 왔다.

그녀석 : 별따는 수야~ 잘지냈어?? 내가 지금 서울에서 설계관련해서 일을 하고 있는데... 컴퓨터 잘할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해~
나 : 그래?? 나 지금 아르바이트 중인데?
그녀석 : 여긴 직장이야~ 그리고 급한일이라 방학동안에만 하면 되구~ 돈도 많이 줘~ 그리고 집은 나랑 같이 지내면 되고~ 너 컴퓨터 전공이니까 재미있고 배울게 많을거야~
나 : 그럼... 생각해보고 연락줄게~


그렇게 전화를 끊고 곰곰히 생각해봤다. 당연히 단순 배달 알바보다야 그렇게 서울가서 내 전공일을 배우고 오는게 백배는 낫겠다 싶어서 한달만에 일을 그만두고  엄마 아빠를 열심히 설득해서 서울로 가게 되었다.

마치 군대 가는것 처럼, 주변 모든 사람들에게 나 서울가서 일하게 되었다고~ 잘있으라고 마지막 인사도 하고 작별도 하고 밥도 같이 먹고 빠빠이~ 한다음 서울로 가는데 이녀석 이상하게 새벽차를 타고 올라와서 아침에 만나서 바로 출근하자고 한다.

거참. 추워 죽겠는데 꼭 새벽에 갈 필요가 있을까 생각하면서도 그냥 그녀석 말에 따랐다.
새벽 6시에 서울에 도착해서 약속장소에서 벌벌 떨며 2시간여를 기다린 끝에 그녀석이랑 만났다.
그리곤 아침 밥부터 먹자면서 식당에 가서 밥을 먹는데 이녀석 본심을 드러낸다.

그녀석 : 수야. 미안... 내가 너 속인게 있는데... 나 지금 컴퓨터 회사에서 일하는거 아냐. 그리고 너도 그쪽 일을 하게 될건 아니구... 내가 거짓말 했어. 난 지금 *** 이라는 회사에 있는데 여기 다단계 회사야. 근데 나쁘게 생각하지마. 정말 좋고 한번 너도 꼭 들어봤으면 좋겠어.
나 : (맛있게 밥먹고 있다가... 숫가락을 탁! 놓으며.. 하도 어이가 없어서 말도 못꺼냈다. 그냥 멍하게 이녀석을 뚫어져라 쳐다만 보고 있다가. 내가 떠나올때를 생각했다. 온 친구들이며 가족들에게 설가서 일하고 올게요~ 하고 올라왔는데 제길.... 그래 이왕 올라왔으니 좀 허무하지만 뭐하는덴지나 가보자. 싶었다.)

그래서 그녀석을 따라서 갔다.

그렇게 들어간 사무실엔 양복을 입은 여러명의 사람들이 아주 밝에 웃으며 맞아 주었다.
그사람들의 가슴에는 계급을 뜻하는 뱃지들이 달려있었다. 모양도 달랐고, 색갈도 달랐다.
그리곤 내 가방을 뺏아 들면서 오늘은 저희가 짐을 안전하게 맏겨 드릴게요~ 하면서 가져간다.
휴대폰은 이미 그녀석이 잠시만 빌려쓰자~ 하면서 가져가놓고는 안돌려준다.

그리고 안내된 곳은 약 5평~8평 남짓한 방. 그곳엔 의자가 3개씩 놓여져 있고 이미 나처럼 속아서 들어와 열심히 설명을 듣고 있는 무리들이 약 6무리정도가 되었다.
다들 한명은 다단계 회사 직원, 한명은 속이는놈, 그리고 한명은 친구한테 속았다는 배신감에 화가나 있는 속은놈. 이렇게 3명씩 짝을 지어 앉아 있었다.

그중에 한곳에 나도 앉게 되었다. 처음엔 깔끔하게 차려입은 이쁜 여자가 내 옆에 앉아서.

악당 1 : 저희 *** 회사는요. 다단계회사입니다. 하지만 선입견은 버려주세요. 저희 회사는 합법적으로 일을 하고 있고, 이미 아메이라는 회사 아시죠? 그곳도 다단계입니다. 일명 네트워크 마케팅입니다. 우린 이런 공식 잡지에도 소개되었고 어쩌고 저쩌고~

나 : (그래.. 실컷 떠들어라. 오냐오냐~)


그렇게 지루한 한시간여의 설명이 끝나고 요점은 이거였다.

1주일만 교육을 듣고서 계속 계시던지 아니면 그냥 나가시던지 그건 본인의 자유다. 하지만 우리가 오라해서 온게 아니고 스스로 들어왔기때문에 마음데로 나가지 못한다. 나가기 위해서는 꼭 1주일동안 교육을 들어라.
숙식은 우리가 제공한다. 아침부터 오후까지 계속 교육을 듣기만 하면 된다. 힘든거 하나 없으니 걱정말고 교육듣고 있을지 말지는 알아서 결정해라.

나 : 음... 근데요. 전 단 한시간도 여기 있고 싶지 않거든요? 그리고 나는 여기 설계회사로 소개받고 온거지 다단계 회사에 온거 아니거든요? 사람 잘못보셨네요. 저 나가야 겠어요.

하지만 그 사람들 순순히 물러나지 않는다. 내가 계속 고집을 피우자 이번엔 남자가 와서 앉았다.

(웃는얼굴로..)저기요... 수야씨.. 제가 다시 설명드릴께요. 우리는.......이렇게 또 1시간여....
이해 되셨죠? 그러니까 단 1주일만 교육 받으시면되요. 알겠죠?

나 : (화가났다.) 됬거든요! 저 그만하고 나가렵니다.

하면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마자 그남자 내 손을 확 잡아당기면서 강제로 앉힌다. 살짝 쫄아버린 나.
또 한 30여분 설명을 들었다...-_-;

그러는 와중에 주변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이미 꼬심에 당해서 2팀정도만 남고서 다 교육받으로 갔다.

경상도 사나이 물로보나..?? 난 계속 싫다고 안간다고 버텼다. 슬슬 언성도 높아져 가고 다른팀들을 교육장으로 밀어넣고 온 다른 악마들 슬슬 내 주변으로 모여들기 시작한다.

나는 지쳐서 물좀 달라고 해서 물을 마셨다.
이번엔 덩치고 크고 얼굴도 험하게 생긴 다른 악당이 내 앞에 턱~ 하고 앉는다.
또 한 30여분 계속 언쟁이 오간다. 이 덩치큰 악당. 드뎌 화났다. 테이블에 올려 놓은 종이컵을 사정없이 내리치면서
아니 이사람 왜 이렇게 사람말을 못알아 먹어!!!

하면서 소리친다. 그러자 계급이 높아 보이는 사람이 뒷집지고 오더니~

이봐 덩치큰 악당씨. 왜이렇게 시끄러워?

라고 단 한마디 하자 이 덩치큰 악당 바로 쫄아서는

아...네. 죄송합니다.

하면서 고개를 숙인다. 거참..꼬시다.ㅋㅋㅋㅋ 하지만 역시 난 또 쫄았다....
그.래.도!! 내 목에 칼이 들어오는 한이 있더라도 아닌건 아니다!!

난 계속 개겼다. 도데체 시간이 몇시간이나 지나갔는지 모른다.
옆에 있던 피의자 그녀석은 계속 쫄아서는 숨만 죽이고 있다.

그렇게 덩치큰 악당도 나를 교육장으로 넣는데 실패하고 이번엔 계급이 높아 보이는 녀석이 내 앞에 앉는다.
그리곤 다른 사람들을 다 나가라고 그런다.

짬밥되는 악당 : 이봐요 수야씨. 당신이 교육을 받지 않으면 당신 친구는 평생 이일에서 쫓겨 나는겁니다. 그리고 당신친구는 이일에 목숨을 걸었는데 그걸 당신이 잔인하게 죽이는 꼴이 됩니다. 잘 생각해보세요. 안하셔도 되요. 단 1주일만 교육을 받기만 하면 되는거에요. 지방에서 여기까지 힘들게 왔는데 그 1주일 그냥 친구를 위해서 받아줘도 되잖아요? 하지만 수야씨가 정말 심지가 굳고 정직해 보이니까. 내가 특별히 수야씨한테만 3일만. 딱 3일만 교육듣고 결정할 수있게 특별히 조치해 줄게요.
그러니 3일만 교육받고 내려가세요. 알겠죠?

하지만 나. 절대 초심을 잃지 않았다.

나 : 아니. 죄송한데요. 이녀석 제 친구도 아니구요. 만나서 알게된것도 한달도 채 안됬거든요? 그리고 전 여기에 단 한시간도 더 있기 싫거든요 난 이녀석이 어떻게 되든 그건 자기가 뿌린 씨앗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망치는거 아니거든요? 그러니 날 빠른시간안에 내보내주지 않으면 내가 여기서 나가는 즉시 경찰서로 달려갑니다.(눈 부리부리~)

난 정말 지칠대로 지쳤다. 아침 9시부터 해서 밥도 안주고 먹을것도 안주고 단 물한잔 마시고 대략 6명의 사람들을 상대로 언쟁을 벌였으니... 이게 사람 할짓인가.;;;

짬밥되는 악당 : (이 악당도 나한테 졌다.ㅋㅋ)잠시 둘이 있을 시간을 드릴께요. 그녀석님 알아서 잘 생각하고 얘기해보세요.


하면서 나가더니 다른 보초병을 한명 들여놨다.

정말 그 방에 아침에 보이던 다른팀들은 죄다 교육을 받으로 갔고, 나밖에 없었다.
난 그래도 이녀석도 다른 녀석 꼬임에 빠져 여기에 왔으니 불쌍하게 보였다. 그녀석 한참을 설득을 시켰다.
니 전공이 뭔데 지금 여기서 이지랄을 하고 있냐? 빨리 내려가서 니 본분에 충실해라. 니가 여기서 성공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냐? 니 부보님이 널 뭐라 생각하겠냐 등등등...

옆에서 듣고 있던 보초 악당..

보초 악당 : 수야님 내가 수야님 얘기 들으니까 정말 친구를 위하는게 보이네요. 정말 이런경우는 없었는데 이번만 특별히 보내드릴게요.

하면서 우릴 보내줬다. 그렇게 내 짐을 챙겨들고 핸드폰을 봤더니 오후 6시...
긴장감이 풀리자 배에선 배가 고프다고 난리법석이다.  난 그녀석에게 찜질방 어딧냐고 물어서 찜질방에 들어가 쉬고, 그녀석은 친척집에 갔다가 집으로 내려가겠다고 하면서 헤어졌다. 그래 니가 염치가 있으면 어찌 내랑 같이 있을수 있겠냐. 이그...

그나저나 심히 걱정이됬다. 부모님과 친구들한테는 나 드뎌 서울간다~ ㅋ ㅑ ㅋ ㅑ ㅋ ㅑ~ 하고 왔는데...
이 초유의 사태를 어찌하나...ㅠ.ㅠ;;;아흐...;;;

그렇게 하루를 찜질방에서 보내고 용산들러 컴퓨터 부품 몇개 사고 집으로 내려왔다.

정말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네트워크 마켓팅.

모두들 뜬금없이 오랜만에 친구가 연락이와서 나랑 몇일 놀러가자~ 라던지. 엄청 좋은 조건에 일자리 있다고 소개시켜주면 일단 의심부터 하길 바란다. 세상은 무서운 곳이다.

이제 사회로 뛰어드는 초년생분들~ 조심하세요.. 정말 한번 빠지면 혼자만 망하는게 아니라 주변 친구들까지 같이 망하는 지름길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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